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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반갑습니다

가는 겨울 오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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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겨울 오는 봄

눈을 녹여 불을 지피던
산기슭 초가집 굴뚝 위에
어제 불던 헝크러진 찬바람이 멎는다.

하얀 눈발 몇 푼 받고
그 이상의 대가로
불어주던 가난한 찬바람이 멎는다.

벽에 걸린 달력 속에서
미스 雪도 떠나고
미스터 冷도 떠난다.

이제는 어디에서 무슨 바람이
얼마 받고 불어 주려나
아마도 비싼 봄바람이겠지.

오로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겨 우네 그 어둠 넘어에서, 목가 지를
길개 빼고 넘겨다보던 난풍(蘭風)이 넘어온다.

구복지계(口腹之計)를 찾아
구복지루(口腹之累)로
봄을 기다린 사람들에게.

오며오며 향기를 더하고 곱하여서
가난한 자의 육신을 녹이고도 남을
그 이상으로의 따뜻한 바람이었으면...!

강 석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