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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반갑습니다

나의 방학시절

*나의 방학시절



꾀꼬리 노래 소리가 방학을 주면
쇠비듬 꽃 사이에서ㅡ
등거리 소매로
여름을 닦으시던
아버지 이마 위엔
불타는 태양이 흘러내렸고
콩밭 메는 어머니는
더위도 모르셨다

``밭머리에 구부러진 미루나무와
동구밖 논머리
정자나무 아래에선
미풍진 바람이 지팡이를 베고 누워
풍년을 기원하며
시조를 읊조리던 자리
지금은 옛사람의 자리 추억의 자리

``그 곁을 지나던 나의 방학 시절은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엷은 냇가에서
도랑 치고 가재잡고 송사리때 몰다가
구름이 해를 부를 때쯤이면
송아지 고삐잡고 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은 음ㅡ메 푸르렀네

``묘마당 씨름 놀이 땅개비[방앗개비] 뒹굴고
황톳길 달리기 연습 비단벌레 뛰어가고
간첩장난 솔가지 총에는 송장벌레 숨고
앞산에 푸른 멍가는 시금털털하였다.

``풀섶에앉은 여치를 손등에 태우고
보리잡자리 쫓아가다가
고무신 미끄러져서
쑥을 뜯어 약인 양
무릎에 바르고 돌아와

``공기놀이 땅따먹기 줄넘기와 목화차기
고무줄 놀이에 자치기 넘어가고
남대문 놀이에 제기차기하며
우리 집에 왜왔니 왜왔니 왜왔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골목길 술래잡이와
해설픈 곳에 해당화 향기 분분히 풍겨오고.

``분 꽃피는 소리에 어머니 돌아오시면
하얀 모시 수건 속에서
노오란 쥐방울 참외 풀어지고
어머니의 낭잣비녀 사이에 꽂은
해당화 꽃 비녀는 금빛이 났다.

``매암매미 울고 간 가죽나무 중간쯤에
간장매미 간장간장 어둠이 지면
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고
온 식구가 둘러 누워서
바람 부는 모깃불에 눈물을 지며
달과 별을 바라보던 나의 방학 시절.!


강 석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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