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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반갑습니다

맹세

맹세









잎새의 방을 정리하면서
나는 잎새의 채취를 맛본다
아~ 향긋한 이 냄새
코끝을 간질이네
행복했던 순간들은
연습 없이 스치움에
취할 듯이
미칠 듯이 희열을 느껴본다
아~ 잎새는 정말 떠났군 아
채취는 이렇게 남아있는데.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네.

나는 굳게 다짐을 한다
거친 호흡을 멈추고
뛰는 숨을 멈추고
입술이 터지도록 깨물며
굳은 맹세를 한다
잎새가 다시 오기 전에는
그 어는 잎새도
내 가지에 다시는 피워내지 않으리라고
봄이 돌아와
온갖 잎새들이
나의 빈 가지에
하늘의 별을 따다 걸어주며
온갖 교태로 나를 유혹하여도
나무로써의 생명이 끝이어도 좋으니
아무 잎새도 피어내지 않으리라.

오래 전 상처진 내 가지
그 긴 세월동안
나 스스로와 싸우면서
나를 버리면서
겨우 치유하고
세상 박으로 마음을 내놓았는데
이제 또다시. 상처로
아픔을 겪어야 한다면
세월도 약이 될 수 없는
불치병인 것을
목숨이나팔으면 약을 구할까
그 무엇도
나의 상처는 치유치 못하리
오로지 떠난 잎새만이
상처를 치유해줄 약일 뿐이라고
빨간 이슬을 떨구면서
나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방을 나와서 보니
창밖에 풍경은 미치도록 쓸쓸하였고
하늘은 슬프도록 청아(淸娥)하였으며
어디론가 날아가는 홀로 새 한 마리.!

강 석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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