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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반갑습니다

*대전 천변길을 걸으며

*대전 천변길을 걸으며










선화동에서 잎새 떠난
나무 곁을 지나
대전 천변길을 걸어서
집에 오는 길
갈라진 보도불록 사이에
꼭지낀 낙엽들은
갈바람도 타지 못 하고
온 몸을 비틀어 돌린다

마치 가지 떠난 잎새의 마음처럼
그렇게 아파하고 있나보다.
어쩌면 가다말고 돌아왔을 지도 모를
가지의 잎새인가
주어서 한참을
만작거리며 걸어와도
잎새의 향기는 안이 나고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으로
찧어진 가슴만 서러워했다.
잎새는 정녕 가고 없습인가
지는 잎들은 모두 낙엽들뿐이네.

눈길을 돌려 대전천변을 바라다 보았다
대전천변 양 옆 유채 밭은
옷벗는 나무들
위로라도 하는 듯
파랗게. 아주 파랗게
눈길 쉬어 가는 유채밭
떠나던 잎새도
기억으로 가져갔을
대전 천 풍경들은
지는 노을 빛에
그저 무심히 감겨만 간다.

참새들 조잘거리는
간이역 지나는 철길을 건너는데
방울소리 들려온다
잎새 떠난 그 곳을 향해서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기전
언제나 그렇듯이
여럿이 모여 앉아서
입을 벌려 웃는데 미소가 없다
기우리 는 술잔 속에 비치는 모습은 50대
뚜껑을 열었다 막는 눈빛은 60대
바라보니 내맘같아서
곁눈질로 한 병 들고 오면서
나도 함께 취해볼까
문득 스치는 생각
그들은 또 누구를 보낸 슬픔인가
차마 나는 취하지 못하고
뚜껑은 열어서 돌려주었네.

고개 들어 하늘 보니 그리운 얼굴
바람은 서풍인데 남으로 향하며
해와 달이 함께 떠있는 것은
주름진 고향을 생각하라 함이렷다
찾아가면 산국화뿐 초로 몸인 것을
고개를 떨구니 해그림자 길어지고
그림자 깔고 앉아있는 또한 자리
초록 저고리는 70대 눈빛은 검으나
흰 치마 저고리는 80대 머리는 흰빛이네
세월가면 어차피 저리 될텐데
먼 훈 날 나 홀로 늙음을 한탄해보내.

집에 돌아와 창문을 여니
비둘기 한 마리 돌출 창에 앉아 울어대고
가끔 모이 주면 잘도 먹더니
끊네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한눈에 들어와 박이는
대전 천변쪽으로 날아가는데
날갯깃이 젖어있었다.
비둘기는 정녕 짝잃은 홀로 새일까.!

강 석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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