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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반갑습니다

미역국과 시험

미역국과 시험.

시험이라면 웬만한 사람이면 다
몇 번이 아닌 아주 많이 치렀을 것이다.
물론 그 많은 시험 중에도 입시보다 더 치열하고
중요시하는 시험은 없을 줄 안다.

개중에 대학을 들어가지 않을 사람이라면 별개의 문제이겠지만. 아무튼 시험제도라는 것 경쟁력을 불어넣어 주 는면에서는 필수는 아닐지 몰라도 필요한 제도임에는 분명하겠지만 어찌 보면 인생이라는 두 글자에는 그다지 요망사항은 못되는 지도 모른다.

다만 인생이라는 정신의길 위에서 삶이라는 육신을 더했을 때에는 원만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순위가 정해져야 하므로 이를 가름하기 위해 시험이라는 제도가 필요한지는 모른다. 또한 인연을 맺기 위해서와 같이 누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누구는 무엇을 알고 또 누구는 무엇을 아는지를 알아야 나와 맺을 수 있는 인연의 사람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니까 6월 20일 저녁이었다.일을 마치고 돌아와 딱히 해줄만한 반찬이 없어 필찬이에게 물었다. 필 찬아 미역국 끓여줄까? 하였더니 예 하고 대답을 한다. 그리고 준비를 하였는데. 이 미역국이라는 것이 어디 빨리 끓여먹을 수 있는 국이던가. 결국 미역국이 다 끓여지기 전에 배가 곱기에 내일 아침에 먹자고 말을 하고 대충 저녁을 먹고 말았는데 필찬이가 하는 말이 아빠 내일부터 시험 보는데요 하는 것이다 .

그래, 그러면 어쩐다지 이 미역국 아빠 혼자 다 먹어야 하는 게냐. 하고는 필 찬아 너 내일아침 미역국 먹고 갈래. 하였더니 예, 하고 대답을 한다. 그래 그러면 미역국먹고 시험 못 보면 어떻한다냐 하였더니 말이 없다. 그래 네가 알아서 해라 먹고가던지 말던지 ( 내가 먼저 출근을 하기 때문에) 하고. 그래 미역국 먹었다고 시험을 못 보겠느냐 그 실력이 그 실력이겠지.

너. 생일날 미역국먹는 거 알지. 하였더니 예 하고 대답을 하기에 그래 여자가 아기를 낳으면 출혈이 있단다. 그래서 탁한 피는 빨리 나오고 맑은 피가 순환이 잘 되라고 미역국을 먹는단다. 그래서 아기를 낳은 날 생일이라 정하고 미역국을 끓여먹는것이란다. 그러니 시험 보는 날도 미역국을 먹으면 피가 원활하게 순환이 되면 정신도 말아질 것이니 오히려 시험을 잘볼수도 있지 않겠니 하고 그 날 밤에는 일찍 자도록 했다.

그리고 시험 보는 날 필찬이가 학교에 가기 전에 나는 출근을 하고 저녁에 돌아와 보니 미역국을 먹고간다고 한다. 그래서 내심 걱정도 들었다. 괜스레 미역국을 먹고가라고 하였나 그래서 물었다 네 생각에 미역국먹었다고 시험을 잘못본 듯 하지는 안느냐고 그랬더니 아니요 하고 대답을 하는 것이다. 그래 그러면 내일도 또 미역국을 먹고 가거라. 네가 미역국먹고 시험 보면 미끄러진다는 공공연한 설을 낭설로 만들어보렴므나.

그리고 오늘 아빠 통지표 나왔어요 하고는 들고 오는 것이다. 나는 통지표를 받기도 전에 일등 했니 하고 물으니 예, 한다. 그래 잘했다 그런데 이를 어쩌냐 일등 하지말랬더니 하고 말을 하니 입을 벌리지도 못한 체 웃고 있다. 그래 이젠 네가 힘들어지게 되었군 아 일등을 지키려면 더욱 노력을 해야 할 것이야. 하지만 너무 일등 하려고 연연하지는 말아라. 하면 할 수 있는 너이니까.
그리고 네가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날에 배움이 필요할 것 같으면 열심히 배우고 네 알아서 하거라. 그리고 필찬이는 9시에 자고 있다

그런데 미역국은 어떻게 끓여야 맛이 있는 것인지?

필찬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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