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구에게 / 강 석 구
석구야
가을이 부르거든 대답하지 말거라
너를 허무함 속으로 유인하려는
고수 톱이란다
처음 느낄 때에는
아름답고 즐겁지만
끝네는 쾌락을 다 소진하고
쓸쓸히 돌아와야 하니 말이다
또 한 가을은 워낙 지능이 높고
재주가 법 상치 않아서
봄과 여름이 풍파를 견디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혀놓으면
햇볕이 열매를 붉히고 잎도 붉히면
가을은 자기 공으로 삼는단다
그러니 단풍이 손 내밀어도
덥석 잡지 말거라
그 황홀경 속으로 빠져들어가면
헤어 나오지 못할 수 있으니
먼발치에서 우두커니 바라보며
아름답다 아름답다 라고 만
중얼거리기만 하거라
혹시
바람이 나뭇가지를 털고
단풍잎 떨어진대도
너는 줍지도 밟지도 말고
부리나케 집으로 가야 한단다
괜스레 가을을 느껴본다고
쓸데없이 여기 길 저기 길
기웃거리면서 쏘다니지도 말고
사람들 웅성거리는 곳 있어도
필히 지나처야 한단다
그곳은 하늘을 찌르듯이
흥이 솟아나는 축제의 장이니
괜스레 들썩들썩 정신 팔다가
집에도 못 가면 내일 새벽
닭울음소리는 누가 내겠느냐
하니
붉은 서풍이
옷깃을 날리더라도
앙가슴 여미면서
카라를 귀 밑 까지 추켜 세우고
주막집에 들어가는
시늉도 하면 안 된다
가을은
너를 술잔 속으로 유인해서
고독과 쓸쓸함으로
너에 고운 사연들만
홀라당 잡아먹은되
취한 사연만
차디찬 가을 달밤 길에
내쫓아버릴 심산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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