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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반갑습니다

고향의 달력

*고향의 달력



``1월은 ; 어머니께서 목간하시는 달

어머니의 대지 위에 눈(雪)이 소복히 쌓여
해가 뜨면 그 빛을 받아 하얗게 하얗게 닦아내신다.

``2월은 ; 아버지 밭에 나가 노래하는 달

아버지의 밭에서 잠자는 농심의 뿌리들이
가을에 익어저줄 풍년을 생각하며 꿈을 꾼다.

``3월은 ; 막내아들 학비 마련하는 달

비상의 날개를 펴고 고개를 들고 있는 푸른 싹들에게
풍년을 배워야할 농비로 거름과 약을 준비한다.

``4월은 ; 비둘기 산에서 내려오는 달

겨 우네 굶주린 대지 위에 심어놓은 옷갖씨앗들을
겨 우네 배곺았을 산짐승들이 비둘기 노래소리따라 내려와 빼먹는다

``5월은 ; 친정간 며느리 돌아오는 달

아침에 일거리는 뒤에서 밀고 저녁의 일거리는 앞에서 끌어
사람마다 누구나 바쁘고 바빠서 눈도 못 뜨고 코도 못 뜬다.

``6월은 ; 장화를 신고 담배 피는 달

무릎만큼 자란 작물들이 비에 젖어 병이 들까
바람에 쓸려 죽지 않을까 온갓걱정 사랑으로 걱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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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 아이들 책가방 속에서 매아미 나오는 달

아이들은 방학을 맞아 고향을 찾아와 여름을 만지며
어버이 긴긴날 위에 수건을 걸어놓고 잠시 휴식을 권한다

``8월은 ; 장에 갔다 오는 달

정자 밑에 그늘이지고 아이들 머리 깎아주고
맛있는 과일이 읶기시작하여 하나 둘 씩 읶어간다.

``9월은 ; 지나는 객을 위해 상을 차리는 달

산에도 들에도 땀이 떨어져간 흙이 있는 곳에서는
온갖 과일들이 울긋불긋 읶어저 한바탕 먹음직스럽다.

``10월은 ; 발벗고 손 벗고 빨 강케 뛰어가는 달

먼 곳으로 비상했던 푸른 싹들이 황금빛으로 날개를 접고
영롱한 이슬을 뒤집어쓰고 풍악이나 울리는 듯 부르고있다.

``11월은 ; 이웃집 굴뚝에 연기 나는 달

한해의 수고로움을 마무리하고 풍년에 대한 감사함을
하늘과 땅에 전하고 이웃끼리 한끼를 나누어 먹는다.

``12월은 ; 이웃집에 마실 가는 달

허수아비는 옷깃을 하얗게 찢고 이웃집 토담 모퉁이에 해를 따다 묻고
달빛은 어둠을 열고 나와서 눈(雪)길을 비치고 얼리고
그 빛보고 짖어대는 산비탈 울음소리!

강 석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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