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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반갑습니다

도시의 바람

*도시의 바람



바람이 빌딩 숲을 지나다가
높은 그늘에 얼어버렸다
언 몸을 녹이려고
베란다 돌출 창에 앉아
창문 틈을 찾아 기웃거리다가
끊네 찾아들지 못하고
새벽녘에 떠나간다
참 따듯한 집이군 아.

동녘이 물들어 밝을 무렵
바람은 아파트 숲을 떠나
아직 잔 밤이 남아있는
시장 어귀에서 모닥불을 보았다
바람은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언 몸을 녹이며
그래도 살만한 곳은
그곳 입을 알고 온 종일 머문다.

바람은 안심이나 되는 듯이
윙윙 노래를 부르며
옷깃을 팔랑거리며 춤을 추며
간밤 얼었던 한기를 토해낸다
그래서 하루종일 바람이 부는 곳
사람들은 바람의 형체를 못 보니
보내지도 못하고 동반자 삼아
싫은 내색도 못하고 추운 줄만 아네.!


강 석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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