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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반갑습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



사랑이 지나간 자리


당신을 만난 도시는


호화로웠다.


세상을 보는 눈을 어두웠어도


당신이라는 인생에


인연의 고리를 걸고


풀 냄새나는 옷을 입고


언덕진 길을 오르며 내리며


육신 찢어지고 깨어졌어도


당신의 숨소리가


도시를 노래 할 때면


나는 그 숨소리를 듣기 위하여


내 안의 모든 기교를 버리고


나는 절로 호화로운 날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당신 없는 이 도시에서


열 근도 안 되는 심장에


이 그리움 어이 다 채울 것이며


117 근 되는 내몸둥이로


억만 근이나 되는 인생을 짊어진 채


차 오르는 숨결 멈추고


부르는 사랑의 노래


그 음률이 영 불안하구나.

주막집 주소도 안 가르처주고


모닥불만 피워 태우고 간 자리


봄이 지나고 여름인데도


꽃은 고사하고 풀도 없어


앉아 쉴 곳 없는 사랑의 자리


타는 가슴으로 지나가려니


몹시도 뜨거운 날 되겠네.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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