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지나간 자리
당신을 만난 도시는
호화로웠다.
세상을 보는 눈을 어두웠어도
당신이라는 인생에
인연의 고리를 걸고
풀 냄새나는 옷을 입고
언덕진 길을 오르며 내리며
육신 찢어지고 깨어졌어도
당신의 숨소리가
도시를 노래 할 때면
나는 그 숨소리를 듣기 위하여
내 안의 모든 기교를 버리고
나는 절로 호화로운 날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당신 없는 이 도시에서
열 근도 안 되는 심장에
이 그리움 어이 다 채울 것이며
117 근 되는 내몸둥이로
억만 근이나 되는 인생을 짊어진 채
차 오르는 숨결 멈추고
부르는 사랑의 노래
그 음률이 영 불안하구나.
주막집 주소도 안 가르처주고
모닥불만 피워 태우고 간 자리
봄이 지나고 여름인데도
꽃은 고사하고 풀도 없어
앉아 쉴 곳 없는 사랑의 자리
타는 가슴으로 지나가려니
몹시도 뜨거운 날 되겠네.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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