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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반갑습니다

고사리손

고사리손

강 석 구

사월의 빨강 바람을 맞으며
인수와의 약속장소
월드컵경기장
7번 문 앞에 오니 이미 피었다 진
왕벚나무 꽃 자리에는

피었다 떠나간 자랑인가
열매들만 주렁주렁
알알이 맺혀놓았고
꽃을 보낸 벚 열매들은
떠나간 꽃 그리움에
붉은 빛으로 모습이 변했다

이맘때가 되면 고향에는
벚꽃이 한창 필 때인데
어찌 되었을까
하고 궁금해할 때
인수가 도착했다

우리는 코로나를 피해서
인사를 나누고는
오늘 하루 만들어야 할
즐거움을 상의하며
칠갑산을 향해서 도래미파싱한다

현충원을 지나 동학사 가는 길
코로나 때문에 대중교통을 피해
자가용을 이용하는 듯
차들이 평소보다 많다

그래도 길 막힘은 없어서
어느덧 공주 을지나 청양 정산을
지나는데 농사일들이 한창이다
논에는 물들이 가득 차있고
은빛 비닐하우스 속에서는
봄女들의 섬섬옥수 손끝에는
풍년을 심는 듯 바쁘다

정산을 지나 터널을 빠져나오니
코로나도 미안 해서 오지 안 해서
청아한 공기가 목구멍으로
쉴 새 없이 들어간다 나오니
허파가 기분 좋다고 흥얼거린다

그렇게 인수와 나는 청양의
정취를 눈과 피부로 느끼면서
인수가 가는 차바퀴따라어
저수지를 지나 열두 메기 같은 골짜기 길
한차 암을 들어가니 매기 같은 마을이 있다

산행 복장으로 갈아입고는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큼의
고사리를 채취할 수 있을 것에
마음 부푼 기대를 한 잔씩
마시고는 산을 올라보니

사방천지가
작년에 핀 고사리 대다
와 고사리가
엄청나게 많이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고사리가 늦잠을 자는지 나오지 않았다

인수와 나는 고사리를 깨우느라
중얼거리면서 한참 헤매니
자그마한 아이 고사리 하나가
배시시 눈을 뜨고는 나와서는
고사리손을 들고 인사를 한다

반가운 마음에 덥석 손으로 잡고
왜 너만 나왔느냐고 물어보니
다른 고사리들은 날씨가
고르지 못해 때를 기다리느라
나오지 않고 누워있다고 하면서
우리를 데리러 올 나물 꾼들
왔는지 가보라고 해서 나왔단다

하면서 준비하고 나오려면
몇 날 더 있어야 되니
오월 초순경은 되어야 나올 거 가트다고 한다
인수와 나는 고사리와 그렇게
약속을 듣고 산에서 내려오다가

철쭉을 산신령님께 마음으로
허락받고 몇 그루 얻어서
내려와서는 인수는 금낭화
세 뿌리를 덤으로 얻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서
인수가 타준 커피로 따뜻이
목구멍을 적시고 나서
장곡사 벚꽃 구경한다고
입구에 들어서니
지난밤 비바람이 스쳤는지
예쁨은 사라지고 말았다

구경을 포기하고 저수지 안쪽
동창회했던 골짜기로 가서
고추나물 한 바가지 따가지고
내려와 저수지 한 바퀴 돌아 나와
칠갑산 터널 앞 식당에서
비빕밤을 먹었는데 누구라도
먹을만했다

그리고는 서공주 쪽인가
인수가 장만한 밭을 가보았는데
아담한 집 짓고 살면
행복을 만드는 데에는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아주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었다

밭은 이미 로터리로 정리가
다 되어있었으며 나무들도
많이 심어놓았다
나는 그렇게 해놓은 인수에
한 참 잔소리하고
우리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시끌벅적한 상상의 그림을
그렸더니 햇볕이 따뜻하게
말려주기에 곳곳 의 친구들에
날려보냈다

시간이 남쪽을 지나
서쪽으로 갈 무렵
우리는 오월 초를 기약하고 초목화봉접충(草木化蜂蝶蟲)
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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