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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반갑습니다

천태산 산 행기

천태산 산 행기

천태산 가는 길

눈보다 마음이 먼저 눈을 뜬 아침

창문을 열고 산 행기 날씨의 점을 친다

태양은 떠올라 화창하건만

하늘이 구름 잠옷을 입고 아직 기침 전인가

찌뿌듯한 하늘빛이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아

걱정 반 설렘 반을 양 가슴에 나누어 달고

부리나케 달려간 판암동 지하철 1번 출구 앞에서

일행 모두 만나 시린 손 꺼내어 수인사를 마치니

반가운 마음 가슴에서 전했는가?

손 끗에서 전해준 인사는 참 따듯하였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저마다 차는 식장산 주차장에 잘 두고

빠삐용 형님과 병기님 차에

일행은 나누어 타고

천태산 가는 길 비는 내리고

우려했던 걱정이 근심인양

차창에 이슬이 되어 맺힌다.

그래도 무엇이 그리들 즐거운지 嬉戱諾諾 거리며

옥천을 지나 영동에 당도하니

하늘이 잠옷을 갈아입었는가?

비는 눈이 되어 내린다.

아~ 다행이다

비보다는 눈인 것이 천만 다행이다

어차피 가야 할 길 마음 단단히 먹었으니

아이처럼 기쁨을 짓는 모습들이

내심 설렘은 두 배가 되어

겨울과 봄을 한 계절에서

貴貴한 현상을 만나고 느낄 수 있음이

가는 내내 참으로 한갓되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순간의 선택을 마치고

천태산 영국사 앞 에 당도하니 눈은 계속 내리고

천 년 전 이야기를 전해주는

웅장한 은행나무 앞에서 사진이나 한 컷 찍고 나서

잠시 모여 서서 담소를 나누고

마루 없는 정자에 들어가

아까운 눈 을 피해 둘러 모여 앉아서

남풍으로 불을 지펴 지은 찰진 육곡 밥과

봄의 뿌리와 매화 꽃 봉오리로

버무려 만든 무지갯빛 나물반찬들은

오는 내내 맞은 눈의 향내가 더했음인지

산사의 맛을 초월하는

가히 형헌 할 수 없는

저마다 바리바리 싸온 맛난 음식들

때 이른 점심으로 헐레벌떡 천천히

다정한 분위기 속에 가득 채우고

뜨거운 커피를 한 잔씩 먹었는데

내 것은 밋밋한 맛이었다오

다 마시고 보니커피는 그대로 남아있었네

그렇게 한 끼의 끼니를 해결하고는

펄펄 날리는 눈 사이로

보이지 않는 정상을 두리번거리며

어린 시절 부모님 몰래 집밖에 나가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던 그 형상을 지으며

빠삐용 형님은 내내

눈 쌓인 바위길이

초보인 아우들이 걱정이 태산이시라

마음 조이심에 뒤에서 밀어주시고

자유새님과 병기님은 앞에서 끌고

초보인 나머지는 중간 보호구역에서

천태산을 향해 오르고 있다

천태산 오르는 길

선영이는 누구를 따라가는지 벌써 저만치 가고

소파는 오늘 무슨 꽃을 흔들어 보여줄까

봉오리 지으며 잘도 따르고

산이 좋아님은 초보가 안인 듯하지만

설렘은 집으로 돌려보내고

내심 걱정이 쌓이는 눈길을 걸으며

아무런 사고 없이 오르고 내려올 수 있다면

참으로 기억에 남을

아주 좋은 산행길이 될 것 이라고

마음 속으로 빌면서 오르노라니

봄아씨 등허리 같은 바위에서는

화장수처럼 졸졸졸 흐르는

물줄기를 배경삼아

사진이나 한 컷 찍으면서

가슴에 찬 가쁜 숨을 꺼내어 놓고

오르는 산행길이

두 발이 서로 각자 미끄러운데도

마음은 즐거운지

알 수 없는 흥얼거림으로

파르르 떨리는 입술의 진동에

내리는 눈발은 춤을 추듯 날리고

선영이와 소파와 산이좋아님의 눈썹 위에

주파라도 건네는 듯

시나브로 내려앉았다가 간다

그런 모습에 남자들은

마음이 훗근 달아올라

눈 을 쫓으며 부지런히 오르다 보니

밧줄이 줄줄이 매어 있는 바위 앞에 당도 했는데

산은 어서오라 반기는 듯 하기도 하고

무엇 하러 왔느냐 눈치라도 하는 듯 한데

한 편 반갑기도 하면서

앞서 간 님들의 발자국이 참 힘겨워 보이기에

노래방 바이크를 들고 왔는지

태산 같은 걱정들로 저마다 한 소리씩

눈길에서 하염없이 시끄럽게 미끄러진다

빠삐용 형님은 뒤에서 밀기도 힘겨운데도

그 비싸디. 비싼 용기를 주시느라 바쁘시고

자유새님은 다람쥐 띠이신가

어느새 저만큼 위에서 손 내미러 내리시고

병기님은 풍체와는 달리 잘도 오르십니다

별일이여 선영이는 또 앞서서 먼저 올라가네

뒤따르던 소파가 꽃송이를 살랑 살랑 실룩거리며

토끼의 신발를 빌려신었는지 폴짝폴짝 잘도 오르고

산이 좋아님은 정말로 산을 좋아 하시나벼

뒤 질새라 눈꽃을 펄펄 날리면서 오르네

블루진과 나는 뒤에서 들러리한 대가로

소파 꽃송이 구경 하였지롱

그렇게 몇 번 바위를 오르면 끝이련가 하니

이런 남자인 나도 힘겨울 듯 한 눈 쌓인 바윗길

뒤돌아 갈 수 없는 진퇴양난인데

구름 속의 태양이 눈을 떴는가

찬 기운을 녹여 안개 피어 올리니

시야를 점점 좁아지는데

어머나 누구여 다시는 안 온다 하는 님아

어서 가자 뒤돌아 갈 수 없는 백병전이네

어차피 정상을 올라갈 수 있어도

인간이 산을 정복 할 수 없는 것이니

그냥 산에 나를 맡기면 되리라

서로에게 주문을 걸어주면서

뒤에서 밀고 계시는 빠삐용형님 한번 바라다보고

앞에서 끌어주시는 자유새님 또 한 번 바라보며

병기님의 시선을 잡고

온갖 고초를 바위마다 새기면서 오르노라니

선영이와 소파와 산이좋아님의

안개 머금어 젖은 미소에

바위들도 수줍어 고개 숙인 사이

슬그머니올라간 천태산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는데 비는 내리고

그렇게 몇 컷의 사진들로

저마다 추억의 일기장에 쏘옥 집어넣고는

풀어진 긴장의 옷매무새를 고처 여미고는

의기도 양양하게 D코스 따라 내려오는 길

천태산 내려오는 길

이제야 제 정신이 돌아온 듯

눈에 들어차는 산 새 풍경들이 아름다운 것은

비단 운무 때문이 아니라

힘겹게 오른 허기진 설렘에

정상에 올랐다는 뿌듯함이 채워졌기 때문이리

그렇게 한 참을 내려오다 보니

천 년 전 그 모습인가

영국사 희미하게 보이고

발아래 드러누운 바위 들이

젖은 머리칼를 풀어 헤치고

산이좋아님 힘들게 하는데

미끄럼게 내려오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나는 웃고 말았지

소파는 전생에 산삼아가씨였나

기운이 펄펄 넘처 내린 눈이 다 녹았으며

시베리아 산맥인들 아니 못 넘으리

블루진과 나보다도 더 잘 내려 오는데

그러니 여간 다행이던가 참 이쁜지고

다음에는 아이젠 나도 빌려줘

그렇게 도 힘겹게 밧 줄 타고 내려오는 바위길

선영이는 제발 같이좀 가자 보이지도 안네

그렇게 또 한 참을 내려오노라니

눈앞에 펼쳐진 둥두런이 둘러 앉은 바위

그 냥 지나 내려오면 후회막급

그렇게 또 몇 컷의 사진을 찍고는

그렇게 비를 맞으며 내려오는 산행 길

올라 갈 때에는 나 못 올라간다 하더니만

또 다시 올라가고 싶다고 하네 그려

그래서 오늘 산 행길을 성공이었으니

이다음에 다시 어느 산을 간다 한들 두려 울게 무엣 있으리.

눈 위에 뾰족 뾰족 솟아 올라온 새싹들처럼

그 어떤 시련과 난관들이 누르고 밀친다 해도

거뜬히 이기고 넘어 서서

오늘 보다 더 나은 내일의 삶을 살아

아름다운 인생 연출하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서로는 얼굴에 자신감과 용기로

회색 만면한 화장수로 예쁨을 하고

천태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집에 돌아오는 길

빠삐용형님은 고생하신 보람도 없이

효의 근본을 찾으시러 먼저 떠나셨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곡주라도 한 병 보내 드릴 것을

서운 한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 지내요

빠삐용형님 고생 하시었구요

못난 아우들 챙기시느라 참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아쉬운 작별을 드리고

용전동 4거리 오리탕집에서

저마다 알 수 없는 맛으로

차거운 한기를 소주 다섯병과 함께

언 몸을 녹이고 나니

살며시 달아오르는 취기를 앞세워

노래방에 들러서

눈과 비에 젖은 몸을

고음과 저음으로 번 갈라 말리우고는

사쁜사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따뜻이 비트는 소파의 몸짓으로

고옵게 곱게 대려입고 나왔는데

자유새님과 병기님 산이좋아님은

나도 모르게 가시었어 인사도 못 드렸는데

함께 해주신 산 행길 너무나 고맙고 감사 했으며

이다음엔 더 즐거운 산행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함께 하지 못 한 님들의 몫은 노래방에 두고 나왔는데

오늘밤 꿈에라도 찾아가셔서

즐겁고 재밋게 노시기 바라고요

블루진에게 소파 잘 데려다 주라고 간 하고

난 선영이를 집앞에 가방과 함께 데려다 주고는

택시를 꽉 잡아 타고 집에 돌아와 블루진에게 안부를 물으니

8시 56분이었는데

샤워를 마치고 나오다가

어딘가에 지 찌었는데요

새끼 발가락이 조금 찢어졌는데 피가 났어요

그리고 아야 해요

누가 호 해주면 빨리 나을 수 있을텐데 아이고 아파라

이상 천태산 산 행기 였습니다

아이고 힘들어라

2009년 2월 22일 매화 강 석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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