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반갑습니다

나는 표절한다.

강석구 2001. 2. 16. 17:09
*나는 표절한다.



햇빛을 받아서 등을
따뜻하게 해주는 시골집
담장을 표절한다.

어두운 곳을 찾아다니는
안경낀 눈을 가진 어느 의사의
마음을 표절한다.

길 잃은 나그네의
이정표를 비처주는
달빛을 표절한다.

내 것임이 분명한데도
남에게 넘겨주는 어느 노파의
주름진 미소를 표절한다.

가난한집 울타리에
피어난 꽃의 그윽한
향기를 표절한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어느 아이가 쓴
반성문을 표절한다.

자신의 죄를 사하며 기도하는
어느 죄수의
눈물을 표절한다.

기나긴 마라톤 경기에서
꼴찌로 들어오는 어느 선수의
투지를 표절한다.

자식의 생명을 위해서
육신을 건네주는 거미의
모성애를 표절한다.

뛰어왔다 뛰어가는
어느 배달부의 땀에 젖은
정성을 표절한다.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와서 버리는 어느
애연가를 표절한다.

비개인오후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태양 빛을
고향 땅으로 표절한다.

기도하는 마음을 전하는
예배당 종소리를 어느
슬픈 이에게 표절한다.

임종을 앞둔 어느 여인의
마지막 남긴 한마디 " 하느님 "
감사합니다를 표절한다.

뻐꾸기새끼를 자기 새끼인양 키우는
붉은 머리 오목눈이(멥새) 어미 새의
사랑을 표절한다.!

강 석 구

맞춤법 검사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