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반갑습니다
어쩌면 좋단 말인가
강석구
2007. 11. 17. 21:23
어쩌면 좋단 말인가
낙엽을 밟아도
소리가 안 나는
이슬 촉촉이 젖은 새벽
먼 길 떠나는 사람들과
운동화 신고
뛰고 걷는 사람들과
청소부들만 한 둘 오가는
금성이 빛나는 새벽을 달려서
식장산 아래 그 냇가
교량 공사 현장에 도착하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먼저 물 흐르는 냇가 옆에
모닥불을 지펴놓고
자꾸만 싸늘해지는
날씨를 이야기 하며
남자들이지만
그래도 한 집안의 가장들인지라
김장이야기로 인사들을 나눈다
우리는 언제 김장을 한 다거니
몇 포기를 해야 한 다거니
어는 것이 맛이 있는 배추라 거니
무라 거니
하지만 먼저
배추는 길이기가
짧아야 좋을 것이고
무는 칼을 대고 눌렀을 때
금메달 수박처럼 쩍 하고
갈라져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주부들이 더
잘 알 테지만
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하니
하루 일을 시작 하는데
싸늘한 날씨 탓에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벌써 오전 참시간이 되었다
참이라고 해야
그 지겹고도 지겹게 먹는 라면인데
배추 값이 비싸서인지
눈요기도 할 수 없고
그나마 무청 김치를 먹었지요
그리고 자자꾸만
어두워 지는 하늘을 보며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일기예보 이야기를 하다가
멈춘 물레방아를 쳐다보니
손가락만큼의 크기로
고드름이 달려 있네요
아~ 가을을 다 지나 갔구나
이젠 겨울이네 그려
그런데
아직도 그리움을 다 못 달래고 있는
저 붉디붉은 단풍잎은
어쩌면 좋단 말인가
매화 강 석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