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반갑습니다

나에게도 술친구가 필요합니다.

강석구 2001. 10. 19. 20:16
나에게도 술친구가 필요합니다










나에게도 술친구가 필요합니다.
당신은 세상예기 나누는 그런 술친구가 필요하지만
나는 한참을 취한 김에 이 몸이 죽도록
마음이며 몸뚱이며 치고 받아
피보다 더 붉은 피를 흘리는 그런
싸움을 할 수 있는 그런 술친구가 필요합니다
10년 전에 사귀어온 나이 어린 남자 친구가 있는데
아이 하나 놓고 엄마가
당뇨병으로 세상을 그만 떠나고 말았다는
슬프고 가슴아픈 말을 들은 것은
잎새가 떠나고 몇 일 후이지요

그 친구도 마음이 아픈걸 참고 또 참았다가
세상에 그 어느 누구와 아픈 마음 사연 담아
하소연 할 길이 없어 끗네 나에게 전화를 해서
형님은 별고 없으시냐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하데요
나도 내 마음 아픈 사연 겪었노라고
어쩌면 말을 할 뻔했지요.
잎새가 떠난 내 아픔이야
내 나름대로 사랑했으니
그 친구의 사연보다 더 아플 수도 있지만
차마 내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안되었네 정말 안되었네
자네만은 행복하게 살아달라 했거늘
내 무슨 말로 위로를 하겠는가
눈물 석인 목소리로 인사했더니
지난번에 형님께서 아이 이름을 지어 주시며 바꾸라 하셨는데
아직도 그 이름 바꿔주지 못하였습니다
아이 엄마가 눈을 감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아이 이름이나 바꿔주라 하기에
또다시 이렇게 형님에게 부탁을 하오니
그때 그 이름 진정 좋은 것인지
잠시 후에 다시 전화 할 테니
하루일 을 마치고 힘드실 텐데
형님 한번만 다시 봐 주세요
하며 우는데

무슨 이름으로 팔자를 바꿀까.
내 스스로 나를 생각하며
가까스로 이름하나 다시 지어주었는데
부디 훌륭한 아이로 자라줬으면
하는 바램으로 기도하였소
아~~~~ 빌어먹을 놈의 세상이여
재수가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모진 고통 비바람 잘도 견뎌 왔는데
너와 나는 무슨 지은 죄 많아
한시각도 거르지 않고
가슴아픈 사연들만 알고 살아야 하는지
아~ 내 슬픔은 새발의 피로구나
죽어 이별도 하는 데
그깟 살아 이별이야 무엣 그리 대단할까
언젠가는 볼 수 있는 희망이라도 있는 것을
아우야 내마음 달래느라
자네마음 몰라주어서 미안하군 아
하지만 아우야 이별이란 다 같은 거라네
보내고 떠나는 마음이야 몸둥아리지만
사랑했던 마음이야 뜨거운 가슴인데
우리 가슴속에 살아있지 않은가

술도 잘 먹지 못하는 놈
오늘밤은 그 무슨 대책으로 밤을 지새울까
오늘밤도 쓸쓸한 가을밤이 되겠네
아~~~나에게도 술친구가 필요합니다.
무너지는 억장을 받처주고
흔들리는 몸뚱이를 두들기어 부수어 다시 만드러주고
터지는 가슴을 꾀메어 주는
그런 술친구가 필요합니다.
떠나는 아픔이야 잊으면 그만이지만
보내는 마음은, 보내는 마음은
사랑이 남아있으니
형언할 수 없는 보고픔이 있으니
오~ 왜 이다지도 기구한 운명인가
차라리 죽어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대전 천 그 맑은 물에 코를밖고 죽으련만
그러나 대전천은 물이 마르고
하얀 홀로새 아쉬운 듯 날아가네
오~ 통제라 들리고 보이는 나의 것은
모두다 슬픈 사연뿐이네
신이시여 . 신이시여 정말 존재하신다면
나에게 술 친구하나 보내 주시오
목숨보다 더 사랑한 사람
보낸 슬픈 이 있거들랑
이 밤이 새기 전에 보내주시오
찾아도 없거들랑 내 목숨 거둬가시길
간절히. 간절히 술잔에 담아 전하옵니다.!

강 석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