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구 2001. 11. 14. 19:25
*세 월



세월은
과거를 아득히 멀리 해 놓고
어제에 머물러 가지 않으며
미래를 가까이 오게 하면서
내일에 머물러 오지 않으며
현재는 오늘에 있으면서 머무르지 안는다.

세월은
현재로 하여금 과거를 낳고
과거는 미래를 존 제케 하며
미래는 현재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하며
우리들은 그 꿈속에서
사연을 만들며 울고 웃는 광대이다.

세월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가고 오고가 없는
매 순간 마다 나와 함께 하는 것
오는 것은 생각이요
가는 것은 행동이다.

세월은
아버지의 담뱃대를 먼 산을 향하게 하고
연기는 들판을 가로질러 보내며
해가 뜨고 달이 뜨는 사연을 모아
어머니의 주름살을 뽑아
어제와 오늘을 꿰맨다.

세월은
나머지 사연을 않고
산중 산 속으로 들어가
천지간과 조화를 이루어
억새풀 울리는 도라지타령 바람 되어
깊은 골을 메워놓고 죽어 가는 현재를 기다린다.

세월은
끊네 산을 떠나지 못한 채
골에 묻혀 영원으로
귓가에 달려들며 어서 오라 손짓하고
사람들은 구부러진 막대 들고 뛰어가 벗을 삼는다.
나도 그 뒤를 따라가는 영화를 본다.!

강 석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