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반갑습니다

가을이 샤워 실에서 나왔다.

강석구 2001. 11. 2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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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샤워 실에서 나왔다.

가을이 샤워 실에서 나왔다.

보일 듯 말 듯

나뭇잎 몇 개로

간신히 가리운 몸

붉은 저녁 노을 빛에

뽀오얀 속살이 비친다.

아~ 주름이 졌네

샤워 실에 들어갈 때에는

그리도 탈력 있던 살결이던 만

누구를 위해 헌신한 몸이었기에

곱던 살결은 버급이 되어

굵은 골이 패어있고

머리는 촉촉이 젖어

안개처럼 서려있는 물기는

거친 살결에 맺혀

슬픔인양 방울. 방울 흘러내린다

이제는

몸을 가리운 나뭇잎 몇 개마저 벗어놓고

겨울의 침소로 들어가면

대지의 침대는 온기를 잃은 지 오래고

그리움의 창문틈새로 북풍은 들어와

속살 비친 형광등도 꺼 저버리면

하얀 눈만 찾아와

눈 꽃피우며 함께 자자 할 텐데

어느 임의 품에서 따뜻할까.?

2001. 11. 28 강 석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