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반갑습니다

임을 두고 오던 길

강석구 2008. 3. 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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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두고 오던 길

임을 두고 오던 날 밤

달은 유난히도 밝아서

임을 두고 가는 길

홀로 외로울까

내 몸 그림자를 만들어

동행을 시킨다

이는 임의 따뜻한 사랑의 배려일 게다

가로등 불들도

떠나는 나를 알아보는 듯

저마다 내 몸을 비추어

서운한 그림자를 만들어준다

내 몸은 하나이건만

그림자는 이리도 많은가

내 한 몸으로는

임을 두고 떠나는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고 달래고 할 길이 없으니

그림자들과 함께 가면서

마음 달래라는

임의 따뜻한 사랑의 배려일 게다

그래서인가 서운한 마음은 더 짙어

뜨거운 눈물을 만들고

어느 것이 나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그림자 지는 대로

왔다 갔다 하는데

그래도 달빛에 지는 그림자는

임의 창문을 향하고 있었다.

매화 강 석 구

2007-10-31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