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반갑습니다

퉤도 인생

강석구 2002. 1. 30. 19:54

*퉤도 인생


부모님이 깔아주신
사랑이라는 멍석 위에서
윷놀이라는 말판을 그려놓고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어
꿈을 향해 희망을 향해
한판 편을 갈라 윷을 던진다

남들은 온 집안 식구들과
빽있는 사람들이
암암리에 훈수도 하여
넉동을 다 뭉치고 뭉쳐서
윷도낳서 저만치 가고
모도낳서 한바퀴 돌아오는데

그러나 내편이 되어 훈수할
사람 하나 없는 나는
혼자 고민하다 망설이다가
던 저버린 하루의 윷은
도, 개, 걸도 못 낳고
퉤 도만 낳아 한밭도 가지 못하고
아무도 서러워하는 이 없는
윷판 구석에 나는 혼자 서있다.

그렇게 보낸 하루의 삶을 마감하고
그림자도 없는 밤길을 걸어
갈대의 순정마저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집을 찾아와
풀어놓은 하루의 수고로움 속에는
그리운 사람 얼굴 하나 있고
보고싶은 얼굴 또 하나 있어
겨우 그 얼굴 바라보며 마음 달랜다.!


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