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반갑습니다

고장난 시계

강석구 2002. 7. 6. 12:40

*고장난 시계



나의 삼월은 아직도 남았는데
시계는 벌써 칠월을 간다.
삼월이란 인생의 삶을 잃어버린 채
시계와 함께 삼월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또다시 잃어버릴지 모르는 날들이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는데
이미 잃어버린 날들은 어디에서 찾을 것이며
찾을 수만 있다면 못 다한 삼월을 다 채우고
이미 가고있는 칠월을 따라 가련만
벌써 칠월은 저만치 먼저 가고 있으니
아마도 시계가 고장이 난 나보다

나를 두고 먼저 가는 날들아
나를 두고 먼저 가려거든
내 못 다한 날들도 함께 가져가
내 너를 따라가서 못 다한 날들을
함께 보낼 수 있게 하려무나
그도 못할 날들이라면
고장난 시계나 고처주고 가지
아무 것도 나에게 남기지 않고
소리쳐 불러도 대답이 없이 가버리면
나는 너를 따라가기 위하여
내 죽어 너앞에 다시 태어나는 수박께
없다 는걸 너는 아느냐
고장난 시계나 고처주고 가려무나!


매화 강석구

미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