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반갑습니다

나그네 가는 길에는

강석구 2008. 10. 5. 14:24

나그네 가는 길에



나그네 가는 길에

참으로 많은 꽃들이 피어있습니다

울긋불긋 온갖 색채를 머금은

그 많은 화려한 꽃들이

지나가는 나그네를 바라봅니다


작은 나그네가 지나갈 때면

꽃잎을 오물인 채로 외면합니다

큰 나그네가 지나갈 때면

아침 이슬을 머금은 듯이

꽃잎을 활짝 벌리고

분 냄새를 풍기면서 미소를 짓습니다


그런 꽃들의 뒤편에서

함께 어울리지 못 하는 하얀 꽃도 있는데

작은 나그네는 보지 못 하고

하얀 꽃도 작은 나그네를 보지 못 합니다

그래서 작은 나그네는 쓸쓸히 홀로 걸어갑니다


그러나 저 많은 화려한 꽃들은

작은 나그네의 마음속에서

샘물처럼 넘쳐흐르는

큰사랑이 있는 줄을 모릅니다

세상에서 제일로 아름다운 것이 있는 줄도 모릅니다


아깝습니다

마음속 내 사랑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작은 나그네가 지나가는 길에 있는

모든 생명들이 마음 편하니까요


매화 강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