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반갑습니다

허수아비

강석구 2002. 11. 11. 12:27




나는 허수아비

강 석 구


겨울 빈 들판에
나는 혼자 서 있네
한 계절을 지켜줬던
豊年 眞 열매들만
모두 다 가져가고
홀로 남겨 두었네

옷도 입혀주고
모자도 씌워주기에
함께 살아가는
식구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나 몰라라
찾아오지도 않네

열매가 익어
내가 지켜줄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와 나를 만지며
말도 건네기에
사랑인줄 알았네

이젠 어쩌나
찬바람은 불어와
나는 떨고 있는데
걱정도 안 되는가
추워죽겠는데
아마 나를 버렸나봐.


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