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12지폭포 산 행기
금산 12지폭포 산 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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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나절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실까?
하고 문을 열어보니
아 반가운 님
그 님은
빠삐용 형님의 얼굴을 한
아주 따뜻한
가다말고 돌아온 가을 햇살이었습니다.
나는 그 햇살의 마음을 잡고
가다 말고 뒤돌아보는
가을의 언저리를 지나
금산 읍내
낙엽들이 시끄러는 어느 골목
번지 작은 주막식당에서
마음 속 그리움에게
설 램의 식사를 넣어주고
금산12지폭포앞에 당도하니
햇살도 자야 할 시간인 듯
산 그림자를 이불인양 깔아놓고
사람들은 우르르 산을 내려와 차를 탄다.
낯선 이들과의 눈인사를 마치고
보이지 않는 눈앞의 풍경을
걸음마다에 그려보면서
님들과 함께 하는
달빛사랑만큼은 아니지만
흔들리지 않고 부는
나목의 바람은 싱그러웠다.
그렇게 오르는 산행 길에
어디서 오셨는지
미역처럼 부드러운 머리 결에
산바람에 젖은 몸매인가
스스럼없이 아름다운
여인이 동행을 한다.
얼마를 올랐을까
흙냄새 숨 쉬는 소리에
가랑잎 깜짝 놀라 뒹구는 곳
제 일 폭포 눈에 들고
물은 가을 따라 떠난는가
내 그리움의 물보다 작아요
우리 님들 사연 떠오르고.
여인은
진주 같은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며
산딸기 같은 입술로
연신 깔깔거리면서
파도 속에 흔들리는 조가비처럼
엉덩이는 흔들며
늦은 산행 길을 재촉 한다.
그렇게 오르는 산행길이
가슴의 빗장은 풀리고
눈에 드는 화려함은 없어도
추억에 남길만한 그림은 있어
여인의 오뚝한 콧날에
앉아있던 바람결로
잠시 쉬어
물 한 모금으로
마음 속 화폭에 옮겨 넣으니
여왕의 품속인양
달콤한 꿀맛이었네.
햇빛은 이미 골짜기를 떠나
산 중턱까지 앞서있고
여인은 또다시
폭포처럼 쭈욱 미끄러진 다리로
빠삐용형님과 나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구름처럼 희고 고운
목덜미를 갸웃거리며
어느 것이 2폭포인지
또 어는 것이 3폭포인지
순서도 말해주지 않고
잘도 오르는 여인
그래도 산새 인심처럼 포근한
가슴이 좋아
부지런히 따라 정상에 오르니.
그 묘령의 여인은 간 곳 없고
마지막 남은 가을빛의 色神이었던가
지는 노을 속에 가득한 그리움이여
이제 또 산을 내려가면
누구를 만나서
어떠한 사연이 만들어질까?
우리 님들과 더불어
기쁨에 겨워
웃다가 좋아 죽을
그런 사연이 만들어지기를
바램해보는 담배 연기 속으로
산 그림자만 길게
붉은 노을빛 먹음 은채로
골짜기 아래로 펼쳐 내려가고 있었다.
그 빛을 따라 내려오니
기억속의 굴뚝에선 연기가 나고
중간쯤 내려오니
식사도 끝났는가.
개숫물 소리 들리는 듯
어둠이 짙어 보이지 않는 길 이지만
마실 길 인양 즐거우니
빠삐용형님이 사주신 추어탕에 소주 한 병과
별빛을 타서
달빛으로 저어 마시는
만인산 한 잔 커피는
만고의 시름을 잊어볼만한
참으로 추억할만한 산행이었습니다!
2008년 11월 23일 매화 강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