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반갑습니다

바다와 소년

강석구 2004. 4. 25. 09:25








*바다와 소년




엄마는 뒤에 눈이 없음을 알고도
소년을 돌아보지 않고
제멋에 겨운 세상 속으로
사정없이 떠나고 말았다.

아빠는 기막힌 세상의 인심에 밀리어
창살 문 달린 일터로
대가없는 노동을 하기 위해
법의 손을 잡고 떠나고 말았다.

혹시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방문마다 열어 보아도 없고
덩그러니 기둥에 붙은 문패만이
부모가 있었던 것처럼
바닷바람에 흔들릴 뿐이다.

함께 하는 것은 눈물방울 뿐인데
하나는 너무 적적하여
흘리고 또 흘리며
울타리 밑에 쌓여있는
조개껍질만 만지작거리다가
철썩이는 파도소리 들리면
그리움인가싶어 소년은 바다로 뛰어간다.



2004. 4. 20 거재도에서

매화 강 석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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