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반갑습니다

노 부부 2

강석구 2020. 11. 13. 12:44

노 부부 2

강 석 구

손잡고 걷는 연인 하얀 운동화
흰머리를 빗어넘겼다
새벽이슬 걸음인가
입김이 안경을 벗겼네

잡은 두 손이 눈이 되어
뚜벅뚜벅 노랑 발걸음
은행잎을 주워들더니
서로는 반작거리며
사랑의 편지를 쓴다

시장 사람들은 한눈팔고
노부부는 모르노라
두부 한 모를 사더니
은행잎 향기에 곱게 담는다

포풀러 나뭇가지 위에서는
까치가 짖어대는데
아마도 보기 좋다고
웃고 있는 것일 것이다

먼동이 하늘 가득히 퍼진다
노 부부의 얼굴에 햇살 비치니
밤을 지새운 행복인가
얼굴에서 꽃이 화알짝 피어나오네

세상 풍파 다 겪고 난 호흡의 안도인가
세상을 산 경륜과 지혜의 여유인가
아마도 노부부는 그럴 것이
행복을 만드는 기술을 익힌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