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구 2020. 9. 10. 20:47

가 을

강 석 구


가을이 온 것 같은데
이를 어찌 한단 말이더냐
봄에는 진달래꽃이
대신 아팠다고 속였고

여름에는 장맛비가
대신 울었다고 속였는데
가을엔 무엇으로
속이고 지내야 할 까

아침 노을은
애간장 타도록 그립게하고
저녁 노을은
꿈결같이 보곱게 할텐데

어찌하면 이 가을을
그리움 뒤에 숨어
모르고 지낼 수 있을까

눈물일랑
새벽에 꽃잎에 떨구고
이슬이라 속이면 될까

타는 가슴일랑
明月金風(명월금풍)에 흔들리는
단풍잎 소리라 하면 될까

아니이
아무것도
대신할 수 있는 행위가 없다

차라리 술통 메고
이태백이나 찾아가서
홀로 견디는 놀이를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