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반갑습니다
나그네
강석구
2006. 3. 25. 18:43
나그네
먼 길을 걸어 왔다
신발의 지문이 다 닳도록
손은 세상을 뒤지느라
짓무르고 헤졌네.
가슴은 정이라는 가시에 찔리어
아리고 쓰린 통증이 심하고
해는 저무는데
길손도 이정표도 없구나.
더 가야 하는 중년의 오후 길
안개 자욱하니 먼 길 희미하고
지친 몸 결린 어께 쉬어나 갈까
풀 침대에 누우니 냉기가 흐르네.
유수 같은 여정의 허기 때문인가
천장에는 별들이 빙글빙글 돌고
벽에 그려진 풍경화 속에서는
나무들이 허리를 구부리고 있다
늘어진 나뭇가지
찢어진 나뭇잎 창문 사이로
어느 시절의 그리움인가
쟁반 같은 달빛이 스며든다.
그렇다고 뒤돌아 갈 수 없는 길
하룻밤 유함이 끝나는 아침이면
오직 한 가지 바라는 마음이 있으니
꿈속에서는 분명너와 함께 행복했으리라!
매화 강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