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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반갑습니다

상갓집에서, 下棺

*상갓집에서,

下棺


오늘은 내 분명한 길 하나를 보았다.
그 길이 어디까지 이어지고 끝이 나며
마지막 종점이 될지는 모르나
분명 나도 그 길을 가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하듯이
지금 내가 가고있는 길에 대해
아무런 의식(意識)도 없이
그냥 가고만 있는 것이다.
가끔이나마 내가 가고있는 길에 대해
좋은 발자국을 남기려는 마음으로
의식(意識)의 변화(變化)를 가저본다면
삶을 살아감에 있어 좀더 내 가는 길이
종점에서 뒤돌아보았을 때
밝고 좋은 길을 왔음을 느낄 수 있을 텐데
지금껏 그 길을 모르고 살아왔으니.
아~ 내가 가고있는 이 길이
머지않아 끝이 나고 종점에 닿으면
나도 이처럼 흙을 덥고 누워있을 것을
나는 왜 이것을 모르면서 가고있는 것인지
종점으로 오고있는 나를 보니 참 답답군 아.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삶으면서
종점에 닿을 것인지
여기 누워있는 님이 말이 없으니
내 무슨 말을 들어 나에게 전해줄까
인간이 한가지 축복 받지 못하고 태어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죽으면 말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죽은 자가 한마디만 말해준다면
이곳으로 오고있는 나에게 전해주어서
어찌어찌 살면서 오라고
말해줄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죽으면 말 못하는 줄 알았지만
죽은 자 진정 말 못하는 줄을 나 오늘에야 알았네.!

님은 왜 그곳에 누워있으시오-
-누구도 그 곳에 누우란 사람 없거늘
무슨 말못할 사정이나 있어
칠성관(七星板)에 누워있는지
아니면 또다시 살아갈 길이 있어
잠시 쉬어가려 누워있는지
쉬려면 앉아서 나를 보고 쉬어 가면 될 것을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생의 마지막 종점이라 누워있는지?
이제 마지막 흙 한 삽만 님의 가슴에 덮으면
님과는 영원한 이별인 것을
오늘 보니 분명 빈손이었더니
무엇을 가져가려 그리도 힘겹게 사시었는지
어차피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는 길
그렇게 살아온 님의 날들이 눈물이요.!

보시오 님네들
내 오늘 분명히 보았거늘
마지막 종점 가는 이 분명 빈손이었소이다.
현세 상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님들이시여.
설령 가져갈 수 있다하여도
모셔 가는 사람들이 주지 않으며
망가(忘歌)소리 힘겨워 가지 못하오.
그러니 지금부터 하나 둘씩 버리는 일을 하셔야겟소.
그래야 가시는 길 가벼이 편하고
애도(哀悼)소리 하늘높이 올라 님의 영혼 모셔가고
눈물은 흙속깊이 스며들어 풍성한 열매 열리게 할 것을요.

[ 상갓(상가.喪家) ]집에서

강 석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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